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나는 베스트셀러를 자주 즐겨 읽는다. 베스트셀러라는 뜻은 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이야기이고 그 뜻은 다시 풀어서 이해해본다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흥행대작이 있는 것처럼 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을 구별해주는 척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분명히 그다지 작품성이 없거나 대중성이 없거나 하는 책이 있지만 그 비율이 내가 책을 골라서 읽는 것보다는 적을 것 같기 때문에 나는 베스트셀러를 믿는 편이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누구나가 다 그럴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책을 고르던 중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발견해서 구입하게 된 것이다.
투자론이나 부자론에 속하는 출판물이 많은 것이 최근의 세태이나 이 책은 특이하게도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제목에 붙여 놓았다. 섹시한 제목이 출판물의 성공여부를 가름하는 최근의 트렌드와는 분명히 반대되는 반항이다. 이 책은 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경제 관련서가 아니라 투자서이다. 하지만 저자는 저자의 서문에서 밝혔든 쉽게 풀었는 최근의 출간 트렌드와 달리 곱씹어 생각할 수 있도록 가능하면 조금은 어렵게 책을 써 놓았다는 고백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책의 두께도 무게도 최근의 트렌드와는 분명 다르다. 리더스북 출판사는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반영하였다고 해도 좋겠다. 좋은 저자와 좋은 출판기획의 만남이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
부자의 철학과 부자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1부와 2부의 4장까지는 저자가 투자론을 바라보는 시각이 일목요연하게 그리고 저자의 의도대로 곱씹어야 알 수 있을 정도의 어려움으로 설명하고 있다. 투자론과 경제학의 기본 정도는 이해하는 나로서도 정말 쉽게 매 페이지를 넘길 수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경제논리와 저자의 투자논리가 연결되어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이 고비를 넘기게 되면 이후 과제를 읽어가는데 그리 어렵지 않다. 저자는 쉽게 읽히고 대강 결론을 마무리하는 그러한 선택대신에 조금은 어렵더라도 차분하게 설명하고 이후의 주장은 강하고 분명하게 드러내는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 분명하다. 덕분에 뒤로 갈수록 명료한 결론과 합리적인 설명으로 이해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3부의 부동산과 주식, 실물자산, 포트폴리오 구성 편등에서는 향후 10년간의 장기 트렌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정확한 대세와 미래 전망을 자신있게 펼쳐 내고 있어서 머리 속이 훤해 지는 느낌이다. 한편 3부를 정리하면서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조금 더 설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으나, 사실 이 책에서 조금 더를 원하는 독자라면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투자 전문가의 길에 들어선 독자이리라. 다시 책을 들어 책 표지의 맨 위를 보면 "시골의사의 다시 쓰는 투자론 1편"이라는 조그마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리더스북은 시골의사의 2편 이후를 기획하고 있나보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은 사실 내게는 낯설었다. 특이하게도 시골의사가 선택한 매체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매체와 정확하게 일치하여 시골의사의 유명세를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겨우 인지한 셈이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시골의사를 검색하니 그 만의 공간이 눈에 들어 온다. 밀렸던 숙제를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이 책의 2편에서나 만날 이야기들을 미리 학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리 학습한다는 것은 상당히 승부에 있어서 어드밴티지를 가져다 준다.
저자의 필체나 기타 인생의 특이함 등은 이 책의 감상을 적다보니 더 언급하지 못했다. 이 역시 저자의 블로그에서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행복이라는 객관적인 판단 보다는 현재 내 주관적인 만족을 가지고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부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상대적 부의 개념이 아니라 나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하는 절대적 개념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가 가지고 있는 부의 크기와 내가 가지고 있는 부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때론 상대적 박탈감에 좌절하고 때론 상대적 우월감에 우쭐해지곤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 부의 크기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접한 재 테크서에서 다루는 ‘10억 만들기’와 같은 목표 제시가 아니라 절대적 개념의 ‘부자’ 모델과 같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시골의사가 이야기하는 ‘부자경제학’의 가르침은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부자경제학의 첫번째 가르침은 수익보다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것이다. 허황된 고수익 만을 만들기 보다는 실속 있는 수익과 함께 반드시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투자 대상인 부동산, 주식시장, 실물자산 등을 별개의 장으로 분리해서 각각에 대한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는 것도 투자 대상 한군데에 올인 하는 것 보다는 여러 투자 대상에 분산투자 하는 것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흔히 우리는 투자에 성공하면 탁월한 선택이라고 자찬하고 투자에 실패하면 운이 없다고 외면해버리기 쉽다. 저자는 이러한 자기도취를 투자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하며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고위험은 나를 피해갈 것이라는 그릇된 희망(정확하게는 망상)을 버리라고 경고한다.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투자론을 이해하고 지금까지의 그릇된 투자관을 바로잡아 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절대적 부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것을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부자도 되고 성공도 하게 된다. 혹자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3가지에 돈, 건강, 자기자신에 대한 투자라고도 했다. 이 책에서는 아예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를 재테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제목이 주는 느낌은 한 의사가 시골에 가서 희생정신으로 시골사람들을 돌보는 아름다운 이야기 일 것 같다. 그런 책의 저자가 재테크 책을 썼다는 게 의외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내용이 아니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부자경제학이라는 책을 썼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저자는 매일경제TV MBN의 진행자이가 머니투데이의 전문위원이라고 한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책을 읽었는데, 책 내용에 또 다시 놀라게 되었다.
그간 재테크에 대한 책은 주식투자 기법 등을 포함하여 10여권 정도 읽었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읽었던 책과는 많이 다르다. 기존의 재테크 책들이 어떤 기법이나 기술에 관한 책이라면 이 책은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주식이나 부동산보다는 금리에 대한 투자를 우선시하도록 권유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서 부자가 되는 것 혹은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측면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서도 주장하는 바와 같지만 이 책은 보다 한국적이며, 다양한 측면(금리, 부동산, 주식, 비즈니스)을 다룬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재테크 책을 읽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는데 이 책은 교과서처럼 두고두고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이해하기가 쉬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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