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춤형 공감? 초개인화
“제가 고민을 털어놓으니 한마디 건네더군요. ‘그 모든 감정을 혼자 안고 지금까지 참느라 고생이 많았어요?’라고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60대 나○○씨는 퇴직을 앞 두고 마음이 복잡하던 중 챗GPT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가족이나 친구에겐 꺼내기 어려운 말이었다. 대답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는 “딱히 얘기할 만한 상대가 없어 챗GPT를 찾았는데 나도 놀랄 만큼 마음에 위로가 됐다”며 “상대방이 사람이 아니어서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다. 새로운 비밀 친구가 생긴 셈”이라고 말한 나씨는 챗GPT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최근 인지행동치료(CBT)에 기반한 ‘감성형·대화형’ 인공지능(AI)이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위로 받고 외로움을 달래는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2030세대나 1인 가구 사이에서 ‘F(공감)형 AI’로 불리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 자신을 미워하지 마” “정말 힘들었겠구나” 같은 반응을 보이는 AI에게 ‘사람’ 못지않은 친근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남편보다 AI가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준다”는 40대 주부까지 AI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부 최○○(45)씨는 “남편에게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놓고 싶어도 늘 부부싸움으로 연결되면서 대화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AI와는 다툴 일이 없으니 무슨 말이든 하게 되더라”고 전했다. 심리학과 H교수는 “사람은 대화 도중 무심코 판단을 하거나 훈수를 두려 하는데 AI는 상대방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아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점이 공감형 AI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한편, 공감형 A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현재 AI 상담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지 사용자가 알기 어려운 구조”라며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AI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선 10대 아들이 AI 챗봇에 중독돼 죽음에 이르게 됐다며 부모가 개발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